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

AJOU UNIVERSITY REGIONAL
TRAUMA CENTER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The Trauma Code, Heroes On Call)” 덕분인지, 우리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진 것을 체감합니다. 한편으로는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이 일을 감당해 왔기에, 드라마와 같은 계기가 있어야만 조명받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주목받는 일과 우리가 처한 현실이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일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요즘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2024년은 의료계 전반에 있어 유례없는 도전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가까스로 일상을 회복하나 싶던 찰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강행으로 인해 전공의, 인턴, 의대생들이 일제히 현장을 떠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외상은 멈추지 않는데, 외상을 치료할 사람이 사라지는 이 모순적인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는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외상센터를 통해 직접 입원한 환자 수는 처음으로 연간 3,000명을 돌파했으며, 외상소생실을 통해 치료받은 환자는 전년보다 465명 증가한 3,427명, 외상센터 수술실 3곳에서는 2,853건의 수술이 시행되었습니다. ISS 15점 이상 중증외상환자는 1,294명에 달했으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외상센터로서의 책임과 역량을 입증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도, 진료의 질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었습니다. 외상소생실 처치시간, 대량수혈 프로토콜 적용시간 등 주요 지표는 안정적으로 관리되었고, 보건복지부 외상센터 평가에서 10년 연속 최상위 A등급이라는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닥터헬기 이송 건수도 575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하며,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였습니다.

무엇보다, 2024년 아주대학교병원의 예방가능외상사망률은 2.6%로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설립 초기 벤치마킹했던 미국 UCSD 외상센터(2.4%)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이제는 그들을 따라잡았고, 어쩌면 넘어서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 ACS TQIP 2024 벤치마크 리포트에서도, 우리 센터는 0.52의 낮은 사망지수(Observed-to-Expected Ratio)를 기록하며 세계적 수준의 치료 성과를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머물 수 없습니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듯, 다수의 환자를 치료하는 외상센터(high-volume trauma center)일수록 중증외상 환자의 생존률은 높아집니다. 우리 센터가 분석한 NEDIS 데이터 기반 중증도 보정 사망률은 본원 내원 시 11.4%, 타 의료기관 내원 시 17.6%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는 곧 더 많은 중증외상환자를 외상센터가 수용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약 1,000만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남부 지역에서 모든 중증외상환자를 수용하기에는 현재의 병상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을 운영하면서 경기도, 도내 응급의료기관, 119구조구급대와 협력하여 현장 중증도 분류(STEP 1~4)에 기반한 포괄적 지역외상체계를 확립했습니다. 그 결과, 외상센터 개소 전 30%미만이던 중증외상환자 수용률이 최근 60% 이상까지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이 수치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증외상 병상 확충과 신속한 항공이송 인프라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의 지원 아래, 병상 증설과 원내 헬기 격납고 조성을 추진 중이며, 지역외상협력병원 확대, 데이터 기반 질 향상 프로그램도 함께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모든 여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족한 인력과 자원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준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함께 일할 수 있음이 제게는 늘 영광이며, 그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외상센터는 단순한 병원이 아닙니다. 이곳은 ‘사람을 살리는 사명’을 품은 하나의 시스템이자, 팀이며, 정신입니다. 우리는 숫자보다 생명을, 현실보다 가능성을 믿습니다. 2025년에도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묵묵히, 그러나 뜨겁게 걸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When Every Second Counts, We Stand Ready. Not Just Saving Lives, Building A System that Saves Lives.”